상사의 성추행, 남자 선배가 승진할 차례라는 이유로 높은 인사평가 점수를 양보하란 상사의 권유,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았는데 비키라며 무릎을 툭 치는 어르신, 모두 기자의 지인들에게 들은 따끈따끈한 얘기들이다.
상황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억압은 존재한다. 예전보다 여권이 신장한 건 사실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서로 언행을 조심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오랜기간 뿌리박힌 남존여비 문화를 바꾸기 쉽지 않다. 담배와 술자리로 묶인 남성들만의 끈끈한 문화에 여성이 녹아들기도 쉽지 않다. 고위직을 노리는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부수고 올라가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야 한다. 특히 결혼 후 육아를 병행하는 경우라면 유리천장 뚫기의 고통이 더욱 배가된다.
기자가 출입하는 정부 부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위직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보통신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틀어 여성 국장은 단 1명이다. 과기정통부는 2년 전 첫 여성 국장을 임명했다. 그전까지 과기정통부는 역사상 여성국장이 단 1명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당했을 정도였다.
방통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장급 이상은 다 남성이다. 차관급 상임위원도 대부분 남성중심으로 이뤄졌다. 김현 부위원장이 임명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여성 최초 국회부의장을 맡은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방통위 내 방송통신분야 정책연구를 심의하는 ‘정책연구심의위원회’ 등 내부 위원회의 여성위원의 비율이 지난 5년간 전체 55명의 10분의 1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2020년은 전체 11명의 내외부 위원 모두가 남성 위원으로만 구성해 단 한 명의 여성위원도 없다.
사실 유리천장 이슈는 과기정통부나 방통위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0년 상반기 고위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100명 중 7명쯤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이 3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너무나 초라한 수치다.
이통3사의 현황을 보면, 예전보다 여성 임원이 많아지긴 했지만 사정은 정부부처와 매한가지다. 2020년 2분기 공시 기준 전무급 이상 고위직 임원 현황을 보면 KT와 LG유플러스는 한명도 없다. 2019년 임원제도 변경으로 전무와 상무 대신 본부장 호칭을 사용하는 SK텔레콤은 기준이 조금 달라 애매하지만, 2명의 여성 본부장이 있다. 전체 비율로 따지자면 여전히 극소수의 여성들만 임원직을 맡고 있다.
물론 과거 여성의 대학 입학률이나 사회 진출률이 낮았고, 고위 공무원 지름길인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에 합격한 비율도 남성보다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기는 하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비슷한 능력을 갖췄을 때 ‘여성들에게 정말 동등한 승진 기회가 주어지느냐’는 것이다.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 여성 임원 비율을 강제로 할당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여성이 결혼한 후에도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여건도 만들어줘야 한다. 아직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한 여성은 승진 평가에서 암묵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그러면서 출산율이 낮은 것은 요즘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여서라며 손가락질받는다.
여성들은 닮고 싶은 롤모델이 현직에 없기 때문에 고위직을 지레짐작 포기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발자취를 따라갈 선례를 계속 만들어 줘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맞추기 위해서는 초반에는 다소 역차별 논란이 있더라고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조차도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서 기업들에만 요구할 수는 없는 법. 문재인 정부 성 평등 공약 중 하나였던 2022년까지 13개 정부부처 고위공무원단 여성비율 10%. 부디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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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4,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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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전한 유리천장, 정부나 기업이나 '여성 간부' 별찾기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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